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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of Year Retro 2024

· 약 5분

두드러기로 고생하며 신년을 지나, 새로운 직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새로운 도메인은 모든 것이 생소했다.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재료와 그 여정은 엄청났다. 자동차에도 관심이 없었으니 트림, 외내장, 옵션 등도 생소했다. 줄임말로 표현되는 다양한 용어도 난해했다. 프로젝트 도중 투입되어 외주에서 껍데기만 만들어 놓은 기능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정신없이 상반기를 보낸 것 같다.

집에 와서도 쉴 수 없었다. 기술사 강의와 숙제, 블로깅, 코딩 등 여러 가지를 병렬로 진행하며 기계처럼 살았다. 디스크 재활을 통해 단련된 강한 멘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녹이며 1년을 달리다가, 와이프가 예약해둔 여행 덕에 잠깐씩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5일간 휴가를 내어 스터디카페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합격 점수에서 4점이 부족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3분기 내용 비공개

마지막 분기에는 루틴이 다소 소홀해졌지만, 1년 넘게 기술사 공부에 매진했던 시간 덕분에 기술을 보는 눈이 열렸다. 이는 사내 기술과 거버넌스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도메인 지식과 밸류체인이 머리 속에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어 투자에도 많은 통찰을 주었다.

연말에는 드디어 아랍에미리트를 다시 방문했다. 신혼여행 중 "3일이나 여기서 보내느니 그리스 북부를 더 둘러보자"고 투덜댔던 내가, 여행 일정의 일부였던 이곳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여전히 안전하고, 차별 없으며, 모든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었다.

신년을 맞이하기 직전, 새로운 롤모델도 만날 수 있었다. 20년 전, 31살에 인도에서 아랍에미리트로 이직한 엔지니어는 지금은 팀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UAE를 바라보는 관점이 나와 같아 비자가 있는지 물었고, 그는 2년 전에 받은 골드 비자를 보여주었다. 그 비자는 노동자로서 월 1,000만 원을 비과세로 번다는 걸 증명하기에, 내 꿈이 눈앞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인도, 이집트 출신의 케미컬 엔지니어들과 이야기하다가 루마니아 출신 일본 은행 직원과 그의 남편인 벨기에인을 만났다. 버즈 알 아랍 앞에서 같이 잊지 못할 셀피도 남겼다.

2025년은 2024년의 결과를 마주할 한 해이기에 기대가 되면서도, 실패로 인해 과정이 더 길어질까 두렵기도 하다. 모든 일은 준비되면 성취할 수 있고, 미리 예비되지 않으면 실패한다. 열매를 맺기 위해 誠을 다하자.